경제학이라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낯설고 어렵기만 한 학문이다. 수많은 그래프와 수식들이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전쟁에 돌입한 세계에서는 재화의 수요와 공급으로 생존해야 하며 세상의 이치를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 그리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선 경제학을 알아야 한다.
경제는 우리 피부에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학문 중의 하나이다. 당장 신문이나 뉴스를 봐도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접하는 사건과 사고들 모두 경제와 분리시켜서는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 책에서 유시민은 경제학과 관련이 없어보이는 것들도 경제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생활에 밀접한 경제학에 대해 유시민은 특유의 지적 유희로 지루하지 않게 풀어쓰고 있다. 경제학자들에 대한 자조섞인 농담과 직설적인 야유를 구사하여 그는 경제학의 한계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는 여러 흥미있는 주제들이 많지만 그 중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제일 첫 장에 소개되고 있는 행복지수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경제학이라는 것이 합리적 선택을 하여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학문이 아닌가) 행복지수란 쉽게 말해 자신의 바라는 욕망에 비해 얼마나 많은 만족을 얻었는가이다. 하지만 분모인 욕망은 무한하며 개인에게 만족을 주기 위한 자원은 유한하므로 항상 행복지수는 0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한대인 분모를 바꾸려하기 보다는 유한한 자원으로 어떻게 분자를 크게 할 것인가에만 관심을 갖는 경제학의 한계를 잘 지적해주고 있다. 이렇게 곳곳에서 경제학의 모순을 지적함으로써 경제학이 수학에 의해 완전하게 증명되는 학문이라는 환상을 깨뜨려주고 있다. 또한 도표와 그래프를 설명할 때도 딱딱하지 않고 특유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설명하여 경제학과 독자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이 책은 다른 점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경제학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주는 것만 따져봐도 호평을 받을만한 책이 아닐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