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이허구 무슨 원수가 졌다구 요렇게두 내게다 핍박을 하느냐 이 악착스런 놈들아!… 아무 죄두 없구, 아무두 건디리잖구 바스락 소리두 없이 살아가는 나를, 어쩌면 느이가 요렇게두 야숙스럽게… 아이구우 이 몹쓸 놈들아!
채만식(1902~50)의 장편 <탁류>의 뒷부분에서 주인공 초봉이는 자신의 눈앞에서 가증스러운 작태를 연출하는 두 사내를 향해 이렇게 울부짖는다. 허랑방탕한 첫 남편 고태수가 결혼한 지 열흘 만에 비명에 가던 날 그의 친구인 꼽추 장형보에게 겁간을 당하고서 무작정 상경길에 오른 초봉이는 기찻간에서 만난 아버지의 친구 박제호에게 자신의 몸과 운명을 의
탁한다. 1년 가까운 동거 끝에 초봉이가 아비 모를 딸을 낳을 즈음 초봉이에 대한 정도 식은 제호가 때마침 나타나 아이에 대한 친권을 주장하는 형보에게 자기들 모녀를 떼버리듯 넘겨주려 하자 순량하기만 한 초봉이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채만식이 1937~8넌 <조선일보>에 연재한 <탁류>는 이처럼 선의를 짓밟으며 비비 꼬여만 가는 한 여인의 운명을 통해 식민지시대 한국사회의 그늘을 조망하려 한 소설이다. 초봉이의 기구한 삶의 역정과 초봉이 아버지 정주사의 몰락과정,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비참한 처지는 그 구체적인 실상을 직․간접적으로 전해주고 있음이다.
인간기념물'이라는 제목이 붙은 소설의 첫 장은 정주사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소개하는 데 할애된다. 선비의 집 자손으로 한일합방 직후부터 13년 동안 군청 서기로 일한 끝에 퇴직한 정주사는 선산과 논 몇천평, 집 한 채를 팔아 빚을 갚고 남은 돈 얼마를 가지고 고향 서천을 떠나 군산으로 솔권하여 온다. 하지만, 이곳이라고 뾰족수가 있을 리 없어 미두(米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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