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천하」는 채만식이 식민지 현실과 그 당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풍자 문학적 방법을 도입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이러한 채만식의 풍자 문학은 화자의 서술적 개입으로 작품의 구도를 이끌어나가는 그의 특유한 형상화 방식과 가장 잘 결합되어 있는 양식이다. 즉 복잡한 매개과정 없이 직접 작가가 부정적 인물을 중심으로 그 대상의 성격을 폭로하고 독자로 하여금 비판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태평 천하」는 그와 상대적인 계급으로 부상했던 지주 계층의 몰락상을 그린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지주 계층의 몰락상을 주제로 삼았다는 그 자체에서부터 채만식이 그 시대를 얼마나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 그것은 윤직원 일가가 화폐를 사용하여 양반 계급을 샀기 때문에 지주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 속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등장 인물들이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질 수 있는데, 첫번째 부류는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윤직원 영감을 비롯하여 그의 아들인 윤창식과 손자인 윤종수이다. 이들은 그 시대의 몰지각한 지주들을 대표하는 인물군으로, 그 당시 지주들의 타락상과 이기적 모습을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선 이들 중에서, 이 소설을 전개해 가는데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윤직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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