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이 전성기를 이룩했을 때, 공공 목욕탕 시설은 기분 좋은 환경에서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주된 시민 시설이었다. 목욕탕은 특히 목욕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물을 제공해 주던, 바닥 아래의 난방 시스템이 발명된 이후부터는 대단한 토목 공학적 업적이기도 했다. 로마에는 이런 시설이 여러 군데 있었으나, 칼리칼라 목욕탕은 단연 가장 인상적인 곳이다.카엘리우스 언덕에 위치한 이 목욕 시설은 211년 카라칼라 황제가 통치하던 시절에 건설이 시작되어 6년 후에 완성되었다. 이 건물은 한 번에 1,600명의 손님을 받을 수 있었으며, 매우 뜨거운 물이 든 욕조가 있는 칼다리움 , 테피다리움 (미지근한 물), 프리기다리움 (차가운 물), 그리고 나라티오 (야외 수영장) 등 여러 개의 독립된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시설 안에는 더 많은 운동을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경기장과 체육관도 있었으며, 지적인 탐구에 빠져드는 편을 선호하는 이들을 위한 그리스어와 라틴어 도서관도 있었다.목욕탕은 6세기까지 영업을 계속했으나, 이후 고트 족이 침입하여 물을 공급해 주던 수도교를 파괴해 버렸다. 건물들은 차차 쇠락해 갔고, 16세기에는 파르네세 가문이 자신들의 궁전을 장식하기 위해 화려한 대리석 시설 대부분을 떼어 갔다. 20세기에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이곳에서 야외 오페라를 상연한다는 아이디어를 도입하면서, 목욕탕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가수들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떨림이 건축물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러한 공연은 계속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