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남자’ 영화를 보기에 앞서
하루가 멀다 하고 심심치 않게 성폭행 관련 뉴스보도와 기사가 게시된다. 그리고 그 기사문에는 어떻게 그 사건이 발생했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범행을 저질렀는지 세세하게 정보를 제공해주기까지 한다. 이러한 정보를 접하고 모방범죄를 일으키는 건지, 좀처럼 성폭행 건수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여성들이 편히 살기에는 어려운 환경임을 매번 깨닫고 있다.
대학교 3학년 재학중인 나는 여성이라는 이유와 상황으로, 밤 10시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하면, 초조해하며 어두운 골목을 지날 때마다 누군가 나를 해하지 않을 까 하는 두려움과 망상에 휩싸이기까지 한다.
지친몸을 이끌고, 본관에서 ‘나쁜남자’란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고, 자극적인 소재와 영상으로 인해 눈이 뻑뻑하고, 두통까지 시달리게 되었다. 그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영화의 잔상들이 내 머릿속에 부유하며 돌아다니고 있어서, 과연 이런 일이 현실에서 자행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만큼 그 영화는 나에게 신선하면서도 충격을 안겨다 주었고, 나에게 있어서 사랑과 결혼을 전제하지 않고서 순결을 빼앗기거나, 준다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또한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된다는 믿음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영화로 인해 피해여성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어, 그러한 결단 행동을 해야 했다면, 나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심하게 되었다. 또한 만약 내가 이러한 내담자 혹은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된다면, 그 또는 그녀를 어떻게 접근하며 그 과정을 이끌어가야 할지에 막막하고 소위 요새 쓰이는 말로 ‘멘탈 붕괴’ 지경까지 치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