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의 경제적 능력(economic capacity)을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보면 소득(income), 소비(consumption), 그리고 부(재산, wealth) 세 가지 형태다. 빈곤을 판단하는 기준도 이 세 가지이다.
이 세 가지 기준들 가운데 가장 적게 사용되는 것은 부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빈곤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주택을 제외하면 재산을 거의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부 만을 빈곤측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서구 복지국가들에서 부 만을 기준으로 빈곤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서구 복지국가들 가운데 일부 국가들은 소득과 재산 둘 다를 기준으로 빈곤을 판단하는데, 이 경우에도 부를 고려할 때 살고 있는 집이나 생활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동차 등은 제외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러한 부 이외의 다른 자산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소득만을 기준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소득과 재산 모두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재산을 측정할 때 살고 있는 집이나 자동차들을 제외하지 않기 때문에 빈곤측정의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고 할 수 있다.
소득과 소비 가운데 어느 것이 빈곤을 측정하는 데 바람직한 기준인가는 어떤 면에서는 불필요한 구분으로 보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소득과 소비에는 상관관계가 높아,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소비도 많이 한다. 이 경우에는 빈곤을 측정하는 데 소득을 사용하든 소비를 사용하든 차이가 없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 많은 경우에 소득과 소비의 상관관계가 낮은 경우가 있어서 소득은 많은데 소비를 적게 하거나, 반면에 소득은 낮은데 소비를 많이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소득과 소비 가운데 어느 것을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빈곤을 측정하는데 소득과 소비 가운데 어느 것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먼저 소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는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빈곤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소비를 못 하고 있는 상태라고 볼 때. 소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그러한 상태를 더 직접적으로 확실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소비의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성이 낮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경제적 능력을 판단할 때 현재의 단기간의 소득 보다 장기적인 미래의 소득개념(평생소득)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면. 소비가 이러한 소득개념을 대변하는 더 정확한 지표(proxy)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평생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