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일 월드컵 성과의 문화적 인식
한일월드컵 경기가 뜻밖의 성과를 얻은 사실에 세계인들도 놀라고 우리 자신도 놀랐다. 월드컵 16강을 최고의 목표로 삼은 우리 대표팀은 그 동안의 전적을 참조할 때 사실상 버거운 목표가 틀림없었다. 왜냐하면 아직 월드컵 경기에서 1승도 거둔 바가 없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더군다나 대표팀이 속해 있는 예선전의 F조는 유럽의 축구 강호이인 포르투갈과 폴란드, 그리고 저력의 미국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른바 ‘죽음의 조’가 아닌가. 누가 보더라도 이 F조에서 피파 랭킹 40위인 한국이 가장 약체라는 사실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따라서 다수 국민들은 월드컵 경기에서 16강은 몰라도 첫승이라도 기록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월드컵 주최국으로서 최소한의 체면이라도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한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첫승은 물론 세인들의 예상을 뒤엎고 8강에 오르고, 다시 기적의 4강에 올랐던 것이다. 피파 랭킹 5위인 포르투갈을 이기고 거뜬히 예선 1위로 8강에 진입하여 월드컵 우승 경력을 지닌 피파 랭킹 6위 이탈리아와 싸워 극적인 역전승을 이루었다. 그리고 4강전에서 피파랭킹 7위인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꺾었다. 단숨에 꿈의 4강에 이르는 위업을 이룬 것이다. 따라서 ‘4강 신화’ 또는 ‘4강 기적’ 등 아무리 대단한 과장법을 써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이다. 히딩크는 세계적 영웅이 되고 우리 대표팀은 어느 새 ‘태극전사’의 별명을 달고 세계축구사의 새 주역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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