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지구온난화니 엘니뇨니 하는 환경문제가 심상치 않은 수식어를 달은 채 연일 언론에서 자주 기사화되고 있다. 이쯤 되면 이 문제에 대해 전연 모르던 문외한이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살필 만하다. 그러나 아무리 수많은 환경론자가 환경보호운동을 펼치고 수많은 학자들이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해석을 내어놓아도 정작 직접적인 체감 없이 현대문명의 이기에 편승하여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는 현대인들은 이에 둔감하다. 즉, 내 집 마당 밖에서 일어나는 일 정도로 인식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인식을 부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우선 책장을 펴는 순간 무엇보다 먼저 붉은 바탕의 책장이 읽는 이를 맞이한다. 대개 붉은색이 가지는 의미와 함께 연관지어 볼 때 이 책이 노리는 목적의 일부는 첫 장에 이미 드러난 셈이다.
이 책은 근대로 접어드는 1900년대부터 지구온난화 문제가 서서히 회자되기 시작하던 20세기 중엽을 거쳐 2100년대까지의 근 2세기에 달하는 기간을 시간의 순서대로 나열하여 지구 환경의 변화를 상세하게 나타내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현시킨 지구의 기후변화지도이다. 1900년부터 2100년으로 갈수록 점차 붉어지는 모습의 지도는 여분으로 붙은 설명글이 없어도 충분히 의미가 대번에 전달될 것만 같다. 2100년의 지도는 마치 화염에 휩싸인 듯 온통 붉은색으로 얼룩져 있는데, 그 광경은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여 위화감을 준다. 이 구성을 따라가며 읽어보면 지구온난화가 결코 오늘내일에 반짝하고 등장한 현상이 아니며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온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심지어 내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내던 시간조차 지구온난화는 끊임없이 계속해서 진행되어왔다는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주어진 의무를 내가 회피해버린 듯해 죄책감이 들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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