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미국 월드컵은 월드컵 사상 가장 재미없는 대회로 꼽힌다. 대회초반 슈퍼스타 마라도나가 약물파동으로 퇴출당했고 기대를 걸었던 브라질은 수비축구로 일관했다. 아무 것도 없을 것 같던 대회에 한줄기 서광을 내린 건 이탈리아의 바죠였다. 다소 무뎌진 방패의 이탈리아는 바죠라는 비기가 승부처에서 순도 높은 골을 넣어 준 덕으로 결승에 진출한다. 브라질과의 결승전에서 다소 지루했던 전후반 및 연장전 후 이탈리아와 브라질은 승부차기에 돌입하고 5번째 키커로 나선 바죠는 승부차기 실축한다. 어제까지 아주리의 영웅, 환타지 스타였던 바죠가 한순간에 역적이 돼는 순간이었다.
출처:이경진씨의 블로그『나의 스타 바죠』
노무현은 94년의 바죠와 많이 닮았다.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대통령 당선,자살 등)에서 비슷함이 있고 위기가 찾아올 때 승부수를 던져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하지만 축구스타 바죠가 재기에 성공해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 명예로운 은퇴를 한 반면 노무현은 그러지 못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을 접하고 ‘또 노무현 마니아가 쓴 책인가’라는 의문이 가장먼저 들었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은 대중들이 좋아 할 조건을 많이 가진 사람이기에 그를 신격화하는 책이 많았던 것도 의심을 증폭시킨 이유 중 하나였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오판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노무현을 사랑할지언정 편애하지 않았고 그를 비판할지언정 폄하하지 않았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엄청난 양의 통계자료이다. 필자는 그것을 계기판에 비유하며 정치란 ‘계기판에 의지해야 하는 야간비행’이라 말한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야간비행이 그렇듯 정치도 통계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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