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시절 교과서에 나온 이광수의 무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장편 소설이고, 계몽주의, 민족주의의 성격을 띠는 작품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이번 고전세미나 강의를 통해 작가 이광수와 주인공 형식에 대해 다른 면으로 읽어보았다. [무정]의 주인공 형식은 신교육을 받았기에 자기만큼 조선에서 학식이 높은 사람은 없고, 스스로가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인물이다. 당시 형식과 같은 신교육을 받은 지식인 계층이 생겨남에 따라, 지식인들이 스스로 자부심과 세상 사람들의 몽매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을 받아야만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나친 교육중심에서 작가 이광수의 한계를 느꼈다. 그리고 [무정]에서 나타나는 이형식의 과도한 교육으로 생겨난 엘리트의식이 새 시대에 사회구성원을 또 다른 계층으로 나눈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저녁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영채는 나를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내가 오는 것을 보고 뛰어나오며 내게 안기리라. 그러나 영채가 만일 지금껏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으면 어쩌나. 내 마음과 내 사랑을 알아줄 만한 공부가 없으면 어쩌나. 어려서 글을 좀 읽었건마는 그 동안 7, 8년 간이나 공부를 아니 하였으면 모두 다 잊어버렸으렷다. 아아, 만일 영채가 이렇게 무식하면 어쩌는가. 그렇게 무식한 영채와 행복 된 가정을 이룰 수가 있을까.”1)1) 이광수 지음. 무정. 신원문화사. 2001, p.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