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슈슈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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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슈슈의 모든 것
릴리슈슈의 모든 것
All About Lily Chou-Chou

좋아하는 영화가 뭐에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요.
라고 대답했다. 내 기억 속에서 이 영화는 어딘가 나의 코드와 맞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10대 특유의 방황과 고민, 그리고 맹목적인 좋아함으로 이루어진 영화였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도 10대의 한 중간이었고 당시 영화를 봤던 나는 이 영화에 푹 빠졌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영화는 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처음 떠오르는 영화였다.

하지만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를 이제 와서 다시 감상하니 어째서 나는 이 영화를 좋아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엉망이라거나 내용이 유치하고 이상한 것이 아니라, 10대의 한 중간,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을 담은 영화가 지금의 나에게는 와 닿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지금의 내가 느끼는 것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예전에 느꼈던 감정과는 다른 이질적이고 껄끄러운 이물질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을 처음 보았던 시기는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입시에 찌들고 내가 처한 상황이 최악이며,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고, 괴롭다고 생각하는 그 때. 그때 보았던 이 영화는 어딘가 빠져버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많이 바뀐 내 시선으로 보니 영화는 예전의 임팩트는 없었으며 전체 흐름이, 어딘가 무엇이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계속 보고 있기 힘들었다. 몇 년 전- 괴롭고, 숨 막히는 입시에 시달리던 청소년 시기에 똑같이 괴롭고 절망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다뤘던 영화는 어딘지 모르게 괴로움을 공유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영화는 주인공들이 절망에 처해 있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괴로워, 힘들어, 도와줘, 구해줘 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름다운 영상으로 바꿔놓았으니 그 영상에 매혹되어 버렸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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