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수사학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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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수사학 감상
1-3. 나무의 수사학 감상.

나무는 일반적으로 절개의 상징이다. 곧은 나무, 겨울에도 푸른 나무, 어지간해서는 나무가 그 외의 상징으로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본작에서 나무는 현대인의 표상이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꽃이 피었다고 한다. 꽃은 일반적으로는 긍정적인 이미지다. 한데 그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도시가 나무에게 반어법을 가르친 것’이라고 한다. 반어법의 결과는 꽃이다. 그렇다면 꽃이 피었다 해도 나무의 상황은 꽃이 상징하는 것과는 정반대라는 뜻이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면서 보다 분명하게 나타난다. ‘속마음을 곧이곧대로 나타낸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닫게 되었’다거나,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 비트는 법을 배웠’다거나, 살아 있자고, 악착같이 들뜬 뿌리라도 내리자고. 나무는 꽃을 피우고, 몸을 구불구불 뒤튼다. 생존을 위해 위선과 거짓을 일삼고 잔머리를 굴려야 하는 소시민들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도시는 마냥 부정적인 공간은 아니지만 없는 이들에게, 사회적으로 모자란 이들에게는 거짓과 위선과 굴종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언제 뽑혀나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라 해도 버티려면, 그러니까 ‘들뜬 뿌리’라도 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도, 나무를 보고 배우는 화자도 그런 상황을 마냥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기 위해 ‘반어법으로 꽃을 피우고’, ‘들뜬 뿌리라도 내리기 위해 몸을 비틀고’ 해도, 그렇다 해서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어법으로 피운 꽃, 한데 그 꽃에는 꽃향기를 맡고 찾아온 나비와 벌들이 웅웅거린다. 몸을 비틀고 도시에서 적응하느라 내성이 생긴 이파리에는 벌레들이 우글거린다. 나비와 벌, 그리고 그 외 벌레들. 꽃에서 꿀을 뺏어가고, 이파리를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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