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계몽주의적 응전 - 1970년대 시의 지형도
현실 대응의 시적 전략 - 1980년대 시의 지형도
현대와 탈현대의 경계에서 - 1990년대 시의 지형도
1. 1970년대 시의 지형도
1970년대의 시대적 상황은 크게 두 가지 시각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정치적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회ㆍ경제적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우선, 1970년대 초 우리 사회는 삼선 개헌의 여파와 유신 체제에 의한 공화당의 장기 집권 야욕으로 정치적 불안과 긴장이 고조되었다. 아울러 1970년대는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산업화의 여파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적 모순과 인간의 소외를 가중시켰다. 1970년대는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민주화의 문제와 사회ㆍ경제적 측면에서의 평등의 문제가 서로 부딪히면서 갈등을 빚는데, 이것이197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규정하게 된다.
시의 영역에 있어서도 인간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한 실천적인 저항 운동과, 산업화에 따른 제반 모순에 대항하려는 미적 응전이 뒤따르게 된다. 즉 1970년대 시는 민주화와 산업화의 두 가지 추세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그 시대적 변별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1970년대의 시대적 상황과 문학적 특징은 1960년대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1970년대 시가 보여주는 일반적인 경향은, 1960년대의 그것이 어떻게 발전되며 변증법적으로 지향되는가라는 측면에서도 이해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1970년대 시를 분류할 때, 우선 시대적 변별성을 비교적 분명히 보여주는 경향으로서 민중적 감수성의 시와 도시적 감수성의 시를 들 수 있다. 민중적 감수성의 시는 주로 억압적인 정치 체제와 그 폭력에 맞서 민주화와 인간의 해방을 추구하였고, 도시적 감수성의 시는 산업화의 여파로 파생된 사회적 부조리와 인간의 소외를 문제 삼았다. 그리고 이 두 경향 이외에 1960년대 이전부터 지속되었던 경향으로, 전통적 서정시와 언어를 통한 내면 탐구의 시를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