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현대시의 해학ㆍ풍자ㆍ아이러니 - 웃음의 상상력
미적 현대성, 이미지즘, 감각의 사용법
참여와 순수의 변증법 - 1960년대 시의 지형도
1. 골계로서의 해학ㆍ풍자ㆍ아이러니
우아미ㆍ숭고미ㆍ비장미ㆍ골계미는 흔히 미학의 기본 범주들로 일컬어진다. 이 중 숭고미와 골계미는 서로 대립되는 미적 범주이다. 주체가 객체보다 높은 위치에 있을 때 그 객체가 비소하고 유한한 것으로 부정되는 골계미가 탄생되는 반면, 낮은 위치에 있을 때 그 객체가 위대하고 무한한 것으로 긍정되는 숭고미가 탄생된다. 이 골계(Comic)의 하위 범주로서 해학(Humor)과 풍자(Satire)가 존재한다. 해학은 자기 부정을 포함하는 주관적 골계이나, 풍자는 자기 부정을 포함하지 않는 주관적 골계이다. 해학은 본래적 자아가 경험적 자아를 향해서 짓는 웃음이며, 부정을 통해 보다 높은 긍정의 세계를 지향한다. 반면 풍자는 주체와 대상을 분리시키고 대상을 부정함으로써 인간의 어리석음과 악덕을 폭로하고 공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지(Wit)는 해학(Humor)과 대비될 때 그 차이가 잘 드러난다. 해학은 성격적ㆍ기질적인 것인 반면, 기지는 지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해학은 태도ㆍ동작ㆍ표정ㆍ말씨 등에 광범위하게 나타나지만, 기지는 언어적 표현을 떠나서 존재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Irony)는 겉으로 나타난 말과 실질적인 의미 사이의 괴리로부터 생겨난다. 대체로 아이러니는 언어적 아이러니와 극적인 아이러니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언어적 아이러니는 겉으로 하는 말이 내용적으로 의도된 뜻과 다른 경우에 생기는 것이고, 극적 아이러니는 작품 자체가 전체적으로 아이러니를 담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풍자ㆍ아이러니ㆍ기지는 부정적인 것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해학은 이것을 완화한다. 전자의 웃음은 비정한 쾌감을 주는 반면, 후자의 웃음은 부드러우며 동정적 쾌감을 느끼게 하고 긴장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준다.
우리 문학에서 해학과 풍자는 가전체 소설ㆍ고대소설ㆍ판소리ㆍ시조ㆍ가사ㆍ가면극 등의 고전문학 장르들뿐 아니라 현대시와 소설에서도 많이 발견되는 문학적 전통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