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래 서양 정치철학을 뜨겁게 달구어온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논쟁은 그네들에게는 매우 절실하고 긴박한 실천적 문제 상황의 소산이다.
근대 이후 서양의 이념과 실천의 한가운데 굳건히 자리 잡은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의 역사는 매우 장구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주 과정을 밟았음
은 주지의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유주의 비판의 동력은 사회주의적
좌파진영과, 보수적 우파진영으로부터 함께 제기되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좌파로부터의 자유주의 비판은 크게 약화되었고, 보수주의가 자유주의 비
판의 주된 몫을 담당하게 된다.
이런 전환의 학술적 계기는 물론 롤스의 '정의론'이 야기한 논쟁으로부
터 주로 주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롤스는 자유와 권리에 대한 고전적 자
유주의의 믿음과, 기회균등과 분배정의 실현이라는 복지사회의 목표를 새
롭게 해석된 사회계약론의 맥락 안에서 다시 접합시킴으로써, 심각한 내부
문제로 균열되어가던 자유주의적 사회복지국가에 대한 정교한 철학적 정
당화를 시도한 셈이다. 다원주의적 개인주의의 전제를 위협할 수도 있는
공리주의의 합리화 방식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 자유와 인권의 강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