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그 이름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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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그 이름의 허와 실
선비, 그 이름의 허와 실

1. 큰 일만 하는 선비, 허생

우리가 잘 아는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에서 허생이 10년 기한으로 하던 공부를 팽개치고 집을 나서는 계기는 장인바치일도 못 한다, 장사도 못 한다면, 도둑질이라도 못 하시냐 는 아내의 질타를 듣고서이다. 천하를 경륜하기 위한 공부에 몰두하느라고 가정 경제는 소홀히 했던 탓에 참고 참던 아내는 급기야 울음 섞인 소리로 과거도 안 보면서 글을 읽어 무엇 하느냐는 물음을 던졌던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집을 나간 허생은 변 부자의 집을 찾아가 만 냥을 빌려 매점매석으로 거금을 벌어서 도둑을 구제하고, 빚을 갚은 뒤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 글을 읽는다. 허생이야말로 실물 경제뿐만 아니라 당대의 정치적 현실에도 대단한 식견을 가진 인물로, 거시적인 안목을 가진 지식인이라 할수 있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허생이 아내의 질타를 듣고 집을 나가 백만 냥을 벌어들이는 동안 정작 그 아내를 철저히 외면했다는 사실이다. 그 아내가 허생이 죽은 줄로 알고 5년간 제사를 지낼 정도로 허생은 집을 나간 뒤단한 번도 아내를 찾아가지 않았을 뿐더러 한 푼도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백만 냥의 돈을 벌어 도둑들을 구제하고, 변 부자에게는 빌린 돈의 10배나 되는 돈을 되돌려 주는 동안 가정 경제를 위해서는 단한 푼의 돈도 쓰지 않은 허생. 심지어 변 부자가 돈을 모두 돌려주려 했을 때에도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양식과 의복이나 떨어지지 않게 챙겨주면 족하다고 했던 허생. 그렇다면 허생은 이처럼 가정 경제는 철저히 외면하면서 무엇을 위해 돈을 벌었을까 그가 결코 경제에 무능하지 않다는 것을 아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 성과는 올릴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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