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실체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본질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수량의 문제를 전제한다. 왜냐하면 실체의 수량에 관한 문제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실체의 본질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무엇에 관하여 생각하기 전에 먼저 그것이 몇 개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하나인가, 둘인가, 셋인가 하는 것을 검토함으로써 그것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접근해 가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인 것이다. 왜냐하면 실체를 하나로 본다면 다(多)는 그 하나의 실체의 현상이 되겠지만, 만일 실체가 여러 개라면 그중 하나만으로는 실체자체를 충분히 나타낼 수 없겠기 때문이다.
실체의 수량에 관해서 그것을 하나라고 보는 입장은 단원론이라고 하고, 여러 개라고 보는 입장은 다원론이라고 한다. 또한 단원론과 다원론의 상호관계를 논하여 종합적 통일을 시도하는 것은 단다원론이라 한다.
1. 단원론
우리가 보는 현상의 세계는 천태만상으로 당연히 다의 모습을 띠고 있으나 그것들의 근원이 되는 실체는 수량에 있어서 하나라는 단원론은 우주 만물의 근원이 복잡한 현상을 하나로 통일하는 통일체이어야 한다.
그러면 그 하나라고 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 하나는 유일성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실체는 유일 절대적인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여기서 유일의 신적인 것이 실체로서 생각되어 만물이 그것에 의하여 창조되거나 또는 유출되는 근거가 된다. 둘째, 하나는 단일성을 의미한다. 실체는 가장 단순화된 그 무엇이다.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이 실체를 가장 단순한 것으로 보려고 하는 입장이 바로 그 것이다. 셋째, 하나는 통일성을 의미한다. 하나는 많은 것의 통일이며 실체는 잡다한 현상의 모든 것을 포괄하고 통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나를 통일성으로 해석하는 것은 모든 단원론이 하나의 실체를 세우려는 요구, 즉 다양 속에서 통일을 구하려는 요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