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대와 탈현대
보드리야르의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은 모더니티와 포스트모더니티, 현대와 탈현대간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베버나 하버마스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모더니티가 획일적 종교관에 의하여 지배되어 오던 사회적 삶이 뚜렷한 몇 가지 자율적 영역으로 분화(differentiation)되는 것이 그 특징이었다면, 포스트모더니티는 제임슨에서 본 것처럼, 자율적 하위영역들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탈분화(de-differentiation)가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더니티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기계를 이용하여 상품을 대량생산하는 산업생산으로 특징된다고 하면, 포스트모더니티는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행하는 컴퓨터를 중심으로 정보망과 데이터 뱅크에서 새로운 차원의 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지식집약활동이 그 특징이라 하겠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우리도 료타르, 제임슨, 보드리야르가 포스트모더니티로 특성화하는 새로운 상황에 돌입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모더니티를 시장과 테크놀로지, 기계화와 상품화의 폭발(explosion)로 특징짓는다면, 포스트모더니티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진리와 허위, 실재와 모사, 자연과 문화는 물론 우리가 전통적으로 당연시해 온 모든 유형의 이원적인 대립체계가 근본적으로 무너지는 내파(implosion)가 그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오늘날은 전통철학과 사회이론이 그 정당화 근거로 상정해 온 궁극적 근원, 초월적 소기 혹은 지시대상, 궁극적 실재, 본질적 의미, 해방을 위한 혁명, 그리고 보편적인 역사법칙과 같은 근원어(根源語)의 호소력이 상실된 무의미성과 허무주의의 시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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