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맑은 가을날 오후다. 수원역 플랫폼에서 한 사나이가 대륙행 특급을 기다린다. 그가 곧 장시영이다. 오후 사십오분 착 경 아 그는 다시 포켓에서 전보를 꺼내어 본다. 그가 기다리는 것은 바로 그 전보를 친 여인이다. 소프라노 가수 김경아는 그 의 약혼녀이면서 동경에 유학하고 이어 베를린에 가서 성악을 전공한 다음 파리에서도 공연하여 호평을 받은 '동양의 꾀꼬리'다. 장시영과 김경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장래를 약속한 사이다. 장시영이 수원고농 학생 때 그는 여름 방학을 이용해 식물채집차 금강산에 간 적이 있다. 거기서 그는 경아 모녀를 만났다. 경아 어머니가 먼저 시영에게 호감을 가졌다. 그리하여 딸의 장래를 그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수원역에서 차가 멎자 시영은 특급 열차에 오른다. 경성역에 도착하기까지 경아오와 동행하기 위해서다 . 그는 처음 3등과 2등칸을 차례로 살핀다. 그러나 뜻밖에도 1등칸에서 안상권과 다정스럽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아를 먼 발치 에서 발견한다. 그는 그런 자리에 불현듯 나타나기가 망설여진다. 그리하여 경성역까지 그녀의 금의환향을 제대로 환영해 주지도 못한다. 뿐만 아니라 경성역에 도착하자 경아는 곧 이렇다 하는 신사, 숙녀 남녀들의 환영객에 에워싸인다. 그런 틈새에서 시영 은 그저 목례를 건넬 수 있을 뿐이다. 한편 경아는 안상권의 연유로 숙소를 조선호텔로 정한다. 그곳을 장시영이 찾아간다. 그러 나 거기서도 경아는 안상권과 함께 있거나 여러 명사들이 함께 있다. 그리고 경아의 태도도 아주 석연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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