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말 기암 선고를 받은 어느 평범한 50대 가장이
죽음을 맞는 애절한 스토리다.
주인공은 50대 가장 한정수. 지방대 출신으로 늦깎이 행정
고시 합격. 고지식한데다 연줄이 없어 한 때는 '인간승리'
미담기사의 주인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직만 전전해야
하는 변변찮은 공무원, 넉넉한 가정 출신의 부인과 명문대에
재학중인 딸 하나와 고교생인 아들 하나, 한정수를 외톨박이
로 만든 그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다.
어느 평범한 50대 가장이 말기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맞이
하는 애절한 스토리 출세에 대한 잡념이나 큰 욕심이 없이
그저 순리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여기는 한직을 전전하면서
열심히 살아온 한정수지만 자식들에게는 무능과 도피로만
비칠 뿐이다. 자식들은 가장의 역할을 상실한 아버지를
배제시킨 채 정성스런 어머니의 그늘 속에서 길들어져
아버지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골이 생긴다.
그렇다고 생계가 곤란하지도 않고 자식들이 속을 썩이지도
않아 남들이 보면 언뜻 행복한 가장으로 보이기도 하는
한정수에게 어느 날 불행이 찾아온다.
주인공 한정수가 췌장암 말기선고를 받으며 소설은 시작된다.
그것도 가장 절친한 친구인 남박사로부터, 그러나 한정수는
사형선고를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혼자 괴로워하며
자포자기적인 폭음으로 죽음을 재촉한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어서 현대의학의 실수를 기대하며 친구 몰래 의학서적
을 뒤적이며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붙잡으려 몸부림친다.
그러니 고통을 감추고 가족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그의 모습
은 '사형선고'소식을 모르는 자식들과 아내에게는 단지
매일밤 술에 취해 들어오는 주정뱅이에 불과하다. 인생의
허무함에 깊은 새벽 아들의 방에서 한물간 팝송이나 듣고
눈물을 흘리는 그저 그런 아버지, 또 클래식을 즐겨듣는
우아한 어머니에 비하면 통속소설을 즐겨 읽는 아버지는 자식
들에겐 경멸의 대상일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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