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들이 남긴 음악적 유산을 살펴보노라면 누구나 이 위대한 업적의 방대함에 놀라게 된다. 이들 그리스인들이 후세에까지 전해준 수많은 문헌 속에는 선법, 음계, 리듬, 음정 등에 관한 기초적인 이론뿐만 아니라, 음악비평, 음악미학, 음악교육학, 음향학 등 음악에 관계되는 모든 학문적 연구의 고전적인 예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리스 음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는 제일 먼저 아폴로나 암피온, 오르페우스 같은 신이나 반신들과 만나게 된다. 이는 그리스인들의 신비주의적 음악광을 그대로 방영하고 있다. 음악의 신바한 권능을 믿었던 그들은 육체와 영혼의 병을 치료하는데 음악을 사용하였으며, 또 실제로 치료의 효과를 경험하기도 했다. 음악이 마술적인 권능을 지닌 것, 또한 생리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라는 이러한 에네르기적 의미로 파악됐기 때문에 그리스인들에게 있어서 음악은 신들을 경배하기 위한 여러 종류의 종교의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특히 분출하는 생명력과 본능적인 정열을 상징하는 신 디오니소스를 경배하는 디오니소스 제전은 바로 그리스인들의 이러한 원시적인 음악관의 직접적인 표상이었다. 이 제전은 아폴로를 섬기는 아폴로 제전과 함께 고대 그리스인들의 상반된 음악관을 설명해 주는 상징적인 용어로 쓰이고 있다. 디오니소스 제전에서 무녀들은 격정적인 춤을 추었으며, 짐승의 날고기를 찢어 먹으며 솟구치는 열정을 노래하였다. 여기에서는 아울로스라는 피리 종류의 악기가 연주되었으며, 열정적이고 관능적인 액체를 띤 음악이 사용되었다. 반면에 아폴로 제전에서는 라이르라는 현악기가 연주되었고, 경건하고 조용하며 세계를 관조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 사용되었다. 이와 같이 라이르와 아울로스라는 두 악기로 상징되는 음악의 이원론은 이후에 계속되는 고전적인 것과 낭만적인 것 사이의 갈등과 대립의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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