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관한 배움, 곧 법학이란 다른 학문과는 달리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에서는 가르쳐지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대학을 선택할 때, 수학이나 과학에 남다른 재주가 있어서 자연과학 계통을 선택할 때, 또는 어학이나 문학에 남달리 흥미가 있어서 인문과학 계통을, 선택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 법학과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보통은 법학을 공부하면 판검사나 고급 공무원이 될 수 있으리란 막연한 기대감에서 법학을 선택한다. 이는 출세 지향적이라고 비난되나, 본질적으로는 권력 지향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부모들은 대부분 그러한 높은 자리에 앉는 자식을 꿈꾸며, 그런 사회적 풍조에 따라 많은 젊은이들도 과거급제식의 낭만으로 권력에의 등용을 꿈꾸는 듯하다.
법은 水와 去을 합친 글자이다. 그것은 나쁜 일을 물리치는 공평한 틀을 뜻했다. 서양의 jus,right,droit,Recht,dritto 등은 기하학적 형태가 정신적 의미 나아가 법적 의미를 갖게 된 은유에 관계된다. 곧 그것은 곡선이나 사선에 대한 직선을 뜻했고, 그것이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정확·솔직·성실과 깊게 관련되었다.
서양에 있어서의 법이란 말은 동시에 권리를 뜻한다는 사실을 주의하여야 한다. 곧 법의 주관적 측면이 권리이고, 권리의 객관적 측면이 법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를 포함한 동양에 있어서는 그런 구분이 없다. 이는 동양에 있어서의 법이 그 주관적 측면인 권리를 본질적으로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권리의식의 빈약을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으나, 서양에 있어서도 법과 권리가 구분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곧 언제 어디에서나 법은 법이고 권리는 권리인 것 이지 그 두가지가 혼동될 수는 없다. 여하튼 우리가 ‘법이란 무엇이냐’라고 하는 경우의 법은 법률·법령 및 권리와 구별되는 ‘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