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민주주의'는 1972년에 수립된 '유신체제'(維新體制)를 정당화하기 위해 유신주도세력 및 유신체제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한 이데올로그들이 앞장서서 제창한 정치이데올로기이다. 그러나 유신체제는 민주주의체제이기는커녕 파시즘체제, 그것도 '한국적 파시즘체제의 가장 완성된 형태'로 규정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적 민주주의' 문제를 민주주의와 파시즘에 관한 보다 일반적인 논의와 관련시켜 논해 보려고 한다.
(1) 민주주의
민주주의(democracy)는 그 기원이 고대 그리스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지닌 정치이념이다. 이때 고대 그리스적 의미의 민주주의는 정권 창출의 '민주적 절차' 등에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군주정'이나 '폭군정' 또는 '귀족정'이나 '과두정'과 대립되는 의미의 정치체제, 즉 '다수 대중의 권력' 내지 '인민에 의한 지배'를 의미했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적 전통에 따라 민주주의를 이해한다면, 시민들의 '형식적인' 정치적 자유와 평등의 보장에 기초하여 '민주적 절차'에 따라 귀족들이나 부자들이 집권할지라도 그 정체(政體)는 여전히 귀족정 내지 과두정인 반면, 설령 폭력적 방식으로 집권하거나 또는 독재적 방식으로 통치할지라도 그 정권이 다수 피지배 대중의 정권이라면 여전히 민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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