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사에서 박정희만큼 사람들에 따라 평가를 달리하는 인물도 드물 것이다. ‘극빈의 상태에 있던 나라를 살린 구세주’에서부터 ‘한국의 민주주의를 말살한 독재자’까지. 그러나 어떤 입장에 있는 사람도 박정희가 우리 현대사에 끼친 영향이 다른 어떤 정치인보다도 크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따라서 박정희가 어떤 사람이었고 그의 정치관은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한국의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 생각된다. 특히 이번 10월 26일이 그의 서거 20주년이었다. 정부가 ‘박정희 기념관’을 설립하는데 1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하고(다분히 내년의 총선을 의식한 것이었겠지만) 시민단체는 거리농성까지 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아직도 그에 대한 평가가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마치 ‘나에 대한 평가는 후세의 사가들에게 맡긴다’고 말한 박정희의 말처럼 말이다. 그래서 박정희의 정치관을 논한다는 게 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여러 서적과 TV자료 등을 참고하여 비교적 객관적으로 박정희의 정치관을 정리하려 노력하였다.
II.박정희의 정치관
1.민족주의
박정희는 유신 이후로 ‘한국적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민족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민족이나 주체성의 강조는 자립경제를 주장하였던 집권초부터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고 보여진다.
1)한국 민족의 본질
박정희는 우리 민족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끊임없는 외세의 침락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국가의 명맥을 지켜온 자주 민족이며, 인간과 인간, 개인과 국가, 그리고 국가와 국가간에 조화로운 질서와 협동을 추구해온 평화 민족이며 외래의 문화와 전통을 우리의 그것에 융화시켜 고유한 정신세계를 개척해온 창조적인 민족이다.”(민족 중흥의 길, 1978, 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