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전쟁에 참여하여 죽은 병사의 수가 약 30만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기의 아들이나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놓고 염려하며 두려움과 공포 속에 지내다가 얻은 심장병으로 죽은 사람의 숫자가 총탄에 맞아 전사한 장병의 숫자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한다. 그 숫자가 미국에서만 100만이 넘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려움이 최고의 살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편으로는 핵무기개발, 전쟁, 자원고갈,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범람 등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고도로 경쟁적인 사회에서 비인간화 현상이 심화되어가면서 인간소외가 삶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물질문명의 혜택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겪는 내적 참상은 커져만 간다. 풍요속에서 부르짖는 인간 영혼의 절망적인 절규는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해마다 자살 인구가 늘어간다. 정신병원과 신경정신과에도 점점 더 많은 환자가 찾아든다. 신체기능의 이상도 없이 원인모를 질병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와같이 인간을 부자유케 만들고 삶의 행복과 평안을 앗아가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수많은 부정적인 정서들 때문이다.
두려움, 분노, 우울, 억압감, 적대감, 수치감, 소외감, 열등감, 불안, 염려, 죄의식, 외로움, 슬픔, 원한 등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들은 인간을 내면으로부터 병들게 하고 외적으로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들의 중심에는 한가지 핵심적인 정서가 자리잡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두려움이라는 정서다.
우리는 외부세계에 존재하는 위험이 우리의 감정을 압도할 때에 ‘공포’(dread)라는 말을 사용한다. 두려움은 인격발달의 과정에서 건강한 감정으로 이해되고 격려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신경증적 형태의 두려움에 대한 치유적 요청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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