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상이든 그 이론과 실천의 통일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에 속하지만, 그 통일성이란 어떤 경우에라도 형식논리적인 동일률에 의해 성립되지는 않는다. 즉 이론과 실천은 변증법적 관계를 이루기 마련인데, 따라서 양자 사이에 개재하는 주관적․객관적 조건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그 사상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내리기가 곤란한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사상과 문학의 관련을 검토하는 작업에서는 훨씬 엄중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사상이 문학에 내재화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방법적 자각의 문제가 겹쳐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각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이거나 미미한 경우라면 사상과 문학의 관련성은 본질적인 수준에 닿을 수 없다. 말하자면 사상 쪽의 문학에 대한 일방적 구축이라는 양상으로 귀결되거나 양자의 관련성 자체가 피상적인 양상을 띠게 되는데, 그런 만큼 적어도 문학 또는 문학사 연구의 범위 안에서는 어느 경우든 그것에 대한 논의가 공소한 것에 머물러 버림으로써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한국 근대문학과 아나키즘의 관련을 살필 때는 특히 이러한 방법적 자각의 여부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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