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가고 있는 서구인들이나 우리의 도시 한복판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외제차가 즐비하고, 외국 프랜차이즈 상점과 영어로 된 간판이 가득 메운 거리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문호 개방 이후 우리 나라는 서구의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였고 겉모습뿐 아니라 사고방식까지 서구 중심적으로 변했다.
서구 중심주의의 시초는 서구인들이 자신의 문화를 근본으로 여겨 타 문화를 폄하하거나 평가 절하하고 자신들이 구원자임을 자처하는 자문화, 자민족 중심주의적 사고 때문이라 할수 있다. 당시 서구 중심주의는 제국주의와 결탁해 다른 문화를 사업의 대상으로 이용하기 위해 타 문화를 열등 관계에 두고 자기 문화의 좋은 점을 부각시킨 하나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서구인이 퍼뜨린 이 사상을 타 문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자신이 속한 문화보다 서구의 문화가 더 우월하다고 믿는 문화 사대주의는 나아가 자기의 존재를 부정하는 자기 부정주의까지 연결된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문법을 파괴하면서까지 영어단어를 남발하고, 우리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고 상투를 튼 사람을 고루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현실은 이를 반영한다.
최근 서구 중심주의적 사고에 경도되어 있던 우리 내부에서부터 각성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는 서구 중심적 사고가 몸에 배인 나머지 무엇이 서구적인 것이고 무엇이 동양적인 것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서구 중심주의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아 있기 때문에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원인과 역사, 그리고 그 해결방안까지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허나 무엇이 서구 중심적인 사고이고 행동인지 판별하는 눈을 키우는 것이 어느 것보다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무심코 행하는 것들이 비판의 대상인지조차 모르고 지나치는 상태에서 서구 중심주의적 사고에 대한 가치 판단과 해결 노력들은 아무런 효과나 의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이 글은 대학을 중심으로 그 동안 미쳐 느끼지 못했던 서구 중심주의적 사고를 발견해 내는데 주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