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은 최소한의 각색으로 그리고 가장 고전적인 형태로 무대에 올리는 게 가장 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셰익스피어가 쓴 그대로의 시대 배경과 등장 인물들로 공연하는 게 가장 작품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굳이 야외극장일 필요가 있었나
하늘극장이라는 야외극장이 오히려 공연의 완성도를 갉아먹었다고 생각한다.
주위가 어두워지기도 전에 시작된 공연은 관객석과 무대를 모두 눈에 담게 했고 결국 무대에, 작품에 집중할 수 없게 했다. 핀 마이크를 썼는지 확신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배우들의 대사와 주위가 트여진 상태이기에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무대 배경의 빈약함 등이 공연을 보는 내내 몰입을 방해했다.
일부러 야외극장에서 하려고 한 건지 기획에 의해 그렇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야외극장에서 하기로 했다면 좀 더 공간의 특성에 맞는 작품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좀 더 꼼꼼하게 신경을 써야 하지 않았을까 트여진 공간, 그만큼 자유로운 공간인 만큼 이를 채우는 작품과 무대는 꽉 차진 상자처럼 타이트하게 구성되고 공연되어야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아 둘 수 있지 않을까 앞사람의 뒤통수, 옆 사람의 조그만 움직임 이런 것들이 훤히 느껴지는 상황에서 무대마저 빈약하고 느슨하다면 이는 관객에게 더없이 나쁜 환경인 것이다.
엉성하고 산만한 구성,코믹극 유명무실해진 어릿광대의 역할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꼈던 것을 온전히 배우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것은 극 전체의 구성 자체가 어딘가 느슨하고 산만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이 전혀 비극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야외공연이라는 것 때문에 피할 수 없었던 시선의 분산과 산만함을 감안하더라도 극적 긴장감이나 분위기 같은 것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리어왕의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리어왕이 왜 비극인지 모르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할 만큼 엉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