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격,의지,생각 등의 생성에는 주변의 환경이 영향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이다. 작가 손창섭은 이 소설을 통해 6.25이후 피폐해진 우리나라의 상황을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꼭 살기위해 발버둥치다 좌절하는 젊은이들은 미국과 구소련의 주둔으로 갈라진 분단현실을, 미군에게 동생의 그림을 팔아 삶을 연명하는 주인공은 과거 전세계로 우리의 아이들과 군인들을 수출하던 우리나라의 모습 같았다. 해방직후 꿈에 부풀어 있던 우리나라는 강대국간의 게임의 결과인 6.25로 인해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생각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손창섭의 소설은 비교적 정상적인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는 비정상적인 인간들의 비정상적인 삶을 통해 해방과 월남(越南), 그리고 6․25 직후 젊은이들의 뿌리 뽑힌 삶과 정신적 방황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도 예외 없이 정상적인 인간과 비정상적인 인간이 등장한다. 대학생 신분으로 행상을 해서 먹고 사는 주인공 원구는 비교적 정상적인 인물로 그려져 있다. 절름발이면서 ‘백지에 먹으로 그린 초상화’ 같은 여자 동옥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조소하고 멸시한다고 생각하여 맑은 날에도 일절 바깥 출입을 하지 않고 두더지처럼 방에만 처박혀 지낸다. 불구인 자기 누이동생을 터무니없이 구박하는 동욱은 영문과를 다닌 경력으로 미군 부대에 드나들면서 초상화 주문을 받으러 다닌다. 이 세 사람이 6․25 직후 썰렁한 부산에 내던져 있다.
동욱이가 들어 있는 집은 인가에서 뚝 떨어져 외따로이 서 있었다. 낡은 목조 건물이었다. 한 귀통이에 버티고 있는 두 개의 통나무 기둥이 모로 기울어지려는 집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다. … 전면은 본시 전부가 유리창문이었는데 유리는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았다. 들이치는 비를 막기 위해서 오른편 창문 안에는 가마니때기가 드리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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