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박영준 (朴榮濬, 1911-1976)
1934년 장편 '1년'이 신동아 현상 소설에 뽑히고, 단편 '모범 경작생'이 조선 일보 신운 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장하였다. 초기 작품은 주로 농촌을 소재로 하였기 때문에 농촌 소설 작가로 불렀으나, 광복 후에는 도시에 사는 지식인 또는 소시민의 생 활 풍속을 추구해 왔다. 1954년 '그늘진 꽃밭'으로 제 1회 아시아 자유문학상 수상.
줄거리
지금 농촌 들판에는 모심기가 바쁘다. 오늘은 성두의 논에서 모를 심는다. 그럴 때마침 누가 자동차가 온다고 고함을 친다. 일 하던 사람들은 허리를 펴고 달려오는 자동차를 본다.
저 차에 길서(吉徐)가 온대지.
팔자 좋다. 어떤 놈은 땀을 흘리며 종일 일만 하는데, 어떤 놈은 자동차만 슬슬 굴리는구나.
모심기꾼들의 입설에 오르내리고 있는 길서는 동리에서 유일한 보통학교 졸업생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모범 청년으로 당국의 인정을 받고 있다. 그는 군에서 보내는 농사 강습회 요원으로 뽑혀 1주일 전 서울로 떠났다. 마을 사람들은 평양 구경도 못한 사 람들이 태반이다. 그러니 길서를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두워질 무렵까지 길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대신 어두운 길을 김매러 갔던 성두의 누이 '의숙이'와 국숫집 딸 '얌전 이'가 지나간다. 둘은 성두의 논 옆을 지나가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얘, 길서가 안 왔대지
얌전이가 말하니까
글쎄 누가 아니---
의숙이가 받는다. 얌전이가 그런 말을 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의숙이가 길서와 사이가 좋다는 것은 마을에서 파다하게 소문이 날 일이다.
그런데 길서는 아주 밤이 되어야 나타났다. 동리 사람들은 그의 얘기를 들으려 몰려든다. 그는 그들 앞에서 레그혼이란 흰 닭을 길러야 한다는 것, 지금 농촌은 불경기이지만 호경기가 곧 온다는 것, 그리고 공산주의를 경계하면서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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