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인 차이을 제외하고는 별반 다르지 않는 두 종류의 인간-남자와 여자.
그렇게 나란히 서 있었던 아담과 이브가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질량적 차이를 지닌 두 종류의 인간으로 다르게 취급되어 왔고 또한 그렇게 길들여져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면서 그러한 남성상과 여성상에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여기 ‘서있는 여자’에서도 진부하다면 진부하고 새롭다면 새로운 문제를 경숙여사와 딸 연지, 두 모녀의 사는 모습을 통해 제기하고 있다.
대학교수인 남편 하석태씨와 그리고 1남 1녀의 자녀까지 둔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경숙여사는 이 사회의 일반적인 가치기준으로 볼 때, 부러운 것 없는 행복한 주부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경숙여사는 사회적 부와 명예를 획득한 남편이 제공하는 물질적 풍요속에서 딸 연지에게 좋은 혼처를 구해주기에 여념이 없다. 이는 아들에게 당한 배신-아들은 자신이 원하는 여자와 결혼을 하고 곧 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버렸다-을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경숙여사는 딸 연지의 결혼만큼은 자신이 꿈꿔왔던 식으로 하려고 한다. 하지만 딸 연지는 7년간 사귀었던 남자친구 철민과 결혼한다. 연지의 결혼과 함께 경숙여사를 기다리는 것은 이혼이었다. 그것은 학문에만 몰두하는 남편에 대해서 그가 외도를 한다고 의심을 품었던 6년 전의 사건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한 가정에서 살면서 남편과 별거할 수 밖에 없었고, 그리고 딸 연지의 결혼과 동시에 이혼을 요구당한 것이다. 이에 경숙여사는 이혼을 하기위한 ‘이혼순례’를 떠난다.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가는 박순님, 대전에서 빌딩을 소유하고 윤택한 삶을 사는 곽은선을 찾아간 그녀는 혼자사는 여자의 비참함을 느끼고 남편으로부터 어떤 수모를 당하더라도 이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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