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때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 쇼윈도우 마네킹의 미소처럼 싸늘한 자신의 얼굴과, 평소 보이지 않던 양심의 문에 귀를 기울일 때가 있을 것이다. 거울은 잃어 가는 조용한 영상을 펼쳐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가슴을 한없이 울게 만든다.
현실 세계에서는 사랑을 가슴이 아닌 머리로 하고, 양심의 문은 무관심 속에 닫힌지 오래되었으며, 인간들은 자신의 몸치장을 위한 갖가지 귀중품과 장식품을 가지고 만족해하는 현대 문명의 노예들이 되어버렸다. 이 모든 것의 문제는 기술 문명의 발달로 시작되었다.
사무엘 베케트는 잃어 가는 것을 찾기 위해 이 책의 고도라는 선생을 통하여 간절한 신의 구원과 잃은 것을 찾기 위한 인간들의 노력의 모습을 그려 놓았다.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시골 길, 말라빠진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황량한 들판에 떠돌이 에스뜨라공과 블라디머가 등장하며, 둘은 의미 없는 대화로써, 단지 공간과 시간만을 채우기 위한 무의미한 말로써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중 채찍으로 인간을 짐승 다루듯 때리는 포조를 만나게 되고 채찍을 맞으면서도 반항할 줄 모르는 럭키를 보게 된다. 그는 생각할 줄도 모르고, 의식조차 잃어버린, 춤추라면 춤을 추고 노래하라면 노래하는 로보트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그의 모습에 더 괴로워하며 심한 채찍으로 증오를 뿌리며 고통스러워한다.
그들의 뒤를 이어 한 소년이 나타나, 그들이 꼭 보고 싶어하는 고도라는 선생님은 오늘은 못 오시고 내일은 꼭 오시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희망과 기대가 무너진 블라디머와 에스뜨라공은 절망 속에서 죽음을 생각하지만 내일에 희망을 걸고 다시 기다려 볼 것을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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