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내게 스마트폰이 생겼다. 전화기라기보다 거의 장난감이다. 내가 그걸로 가장 많이 하는 건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느낌엔 별로 오래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아빠는 내가 핸드폰을 가지고 조금만 오래 놀아도 “시아야! 핸드폰 게임 좀 그만해! 너 핸드폰 게임 중독이야. 중독!” 하신다. 그럴 대마다 나는 속상하다. 내가 했다면 얼마나 했다고 저러실까싶다. 하지만 엄마도 이구동성으로 잔소리를 하시는 걸 보면 정말 중독인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 어쩌면 나도 『지도에 없는 마을』에 나오는 사라진 교장 선생님 딸처럼 핸드폰에 집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집착에 관해서라면 아빠와 엄마는 내게 그런 말 할 처지가 아니다. 두 분은 나보다 더 물건에 집착하고 계시니까 말이다. 아빠의 경우는 책이다. 우리 집 거실에는 9칸짜리 커다란 책꽂이가 10개나 있다. 거기서 아빠 책이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10분의 8정도 될 거다. 그런데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안방이랑 동생 방 그리고 내 방에도 책이 널려 있다. 우리 집에 오는 택배 중 절반도 다 아빠 책이다. 택배가 오면 아저씨가 나와 엄마, 동생의 이름을 부를 때보다 아빠 이름을 부를 때가 훨씬 더 많다. 그런데 아빠는 책을 사기만 많이 했지 정작 잘 읽지는 않으신다. 그냥 있는 걸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걸로 만족하신다. 읽지도 않을 책을 그렇게나 많이 사다니 이게 집착이 아니고 무엇일까 만일 아빠의 영혼이 물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분명 책 속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