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라는 말만큼이나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해본다면, 떡 대신에 햄버거를 좋아하고 한복보다는 청바지를 즐겨 입고, 판소리보다는 롹큰롤을 좋아하고, 사투리보다 영어 쓰는 사람이 달라 보이고....그런데 생활의 일부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철학과의 경우에도 우리학교의 상황은 남의 나라 철학은 그 처음 시작하는 희랍에서부터 시시콜콜하게 무슨 무슨 사조까지 전공 필수로 묶어서 수많은 커리큘럼을 통해서 배우지만, 우리의 홍익 인간사상이라든가 율곡, 퇴계의 사상은 별도의 과목이 없다. 그러한 것은 따로 특별히 배울 것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여버리는 경향이 농후하다. 이러한 오늘날의 현실을 꼬집는 듯한 말이 있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정말 우리의 것은 좋은 것일까 그렇게 좋은 우리의 것을 왜 버리고 비싼 돈들여가며 굳이 남의 것을 쓰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언제까지 남의 생각을 빌려와서 나의 고민인 양 대신 아파하는 과장된 연극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미국이나 유럽의 학자들이 이미 생각해놓은 것을 쫓아가기 급급한 학계의 현실은 그렇게 똑똑한 학자들이 우리의 것이 좋은 것인 줄을 모르기 때문일까 이러한 학문의 식민성을 지적하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 보다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상황이다.
그러면 과연 우리의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은 비단 철학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서양음악을 들으면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외국사람을 만나면서,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 것, 우리의 본모습을 말이다. 그렇다고 의무감에 의해 나는 한국인이니까 판소리만 듣고, 김치 아니면 안 먹고, 커피를 안 마시는 것도 어딘가 모르게 억지가 있고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 것 같다. ‘우리 것’만을 강조할 수도 또 ‘남의 것’만을 추구할 수도 없는 것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처한 상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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