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문
이만희 감독의 [휴일]은 1968년이라는 묘한 시기에 만들어진 영화다. 당시 한국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제 5대 대통령으로 재선된 뒤 3선을 위한 개헌의 포석을 깔고 있었다. 남정현의 소설 [분지]가 반미적이며 용공적이라는 이유로 7년형을 선고받았고, 베를린에 머물던 교수와 의사, 예술인 등 194명의 한국인들이 ‘북괴 대남적화공작단’으로 몰린 동백림 사건이 있었다. 자본주의가 밀려들어오며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한 반면 문화 및 언론은 반공 및 경제발전이라는 이데올로기 아래서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억압받았다. [휴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제작될 당시는 내용이 지나치게 ‘퇴폐적이며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개봉되지 못했다.1) 자연히 국민들 사이에는 불안과 박탈, 무기력의 정서가 퍼져나갔다.
한편, 당시 1968년 프랑스에서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진보적인 사람들이 구세대의 억압 및 보수적 관료주의, 산업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항하는 반체제 운동을 주도했다. 당시 유럽과 한국이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완전히 다른 세계였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일]의 텍스트는 온전히 한국적인 느낌이 아니다. [휴일]에 드러나는 절망적인 죽음의 기운은 당시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60년대 당시 대부분의 멜로드라마는 가족의 단합을 그린 홈드라마 혹은 여성이 생활전선에 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 멜로드라마였는데2), [휴일]은 그런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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