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신라 선덕여왕 때 건축된 것으로 알려진 경주 첨성대의 당시 건축 목적과 그 용도에 대하여 추정해보려는 저자의 학구적 의도가 담긴 인상적인 책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첨성대의 용도에 관하여 또 다른 가설을 제시하는 저자의 이러한 시도와 과정은 다분히 새삼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첨성대 건립 당시인 신라시대의 기록은 존재하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그 실체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첨성대의 특수성이 이러한 저자의 학구적인 호기심도 의미 있게 한다.
첨성대의 기록이 당대의 역사적 사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금은 전하지 않는 과거에 존재했던 어떤 자료(당시에는 신뢰할 만한 자료)를 근거로 후대에 이르러서야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그 진위를 의심할 수 있다는 합리적 추측과, 그 최초의 기록마저 아주 오래전 필사 외에는 별다른 정보 전달의 도구가 없었던 시절에 기록된 사실임을 고려한다면 최근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첨성대의 건립 목적과 그 용도에 대한 가설 콘테스트는 어쩌면 영원히 마무리되지 않을 이야기 마당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2021년인 지금 시점에 고려 말 공민왕 때쯤 지어진 어떤 건축물에 대하여 한 줄 기록을 남기는 것과 같은 정도의 흔들리는 신뢰성*과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첨성대는 고려 충렬왕 때 편찬된 것으로 알려진 삼국유사(1281~1283년)에서 처음 그 기록이 발견된다.)
신라 선덕여왕 때(632~647년) 첨성대를 쌓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첨성대 건축 후 기록으로 남기까지는 최소 634년에서 최대 651년의 시간차가 발생한 셈이다.
삼국유사 기이(紀異) 권2의 별기(別記)에 “이 왕대(王代)에 돌을 다듬어서 첨성대를 쌓았다.”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첨성대가 신라 선덕여왕 때(재위 632∼647)에 축조되었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이다.
(별기는 "양지사전"의 별기를 말하는 것으로 지금은 전하지 않는다)
저자는 첨성대가 던지는 일곱 개의 수수께끼를 제시하고, 그 각각의 수수께끼에 대하여 설명이 가능한 가설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이 모든 수수께끼를 공통으로 만족할 수 있는 하나의 대전제적 가설을 도출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