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이 제조공정의 개혁으로 대중화가 될 무렵인 1차 세계대전 중, 헝가리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던 라데스라오 비로는 매일 많은 글을 써야만 했었다. 그런 그에게 만년필로 글을 쓰고 원고를 교정하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취재 도중 만년필의 잉크가 말라 버려 글을 못 쓰는 볼펜을 자주 경험했고, 원고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몇 번이고 다시 잉크를 보충해 넣어야 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적으로 물자가 부족하게 되자 질 나쁜 종이가 생산되었고, 만년필의 날카로운 펜촉에 의해 종이가 찢어지는 경우가 많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비로는 잉크를 자주 보충해 주지 않아도 되고, 종이도 잘 찢어지지 않는 필기구를 만들 것을 결심하게 되고, 잉크가 들어 있는 대롱의 끝에 작은 볼(Ball)을 달아 만든 필기구를 생각하게 되었다. 원형의 볼이 굴러 글씨를 쓰게 한다면 종이도 잘 찢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하여 펜촉을 볼베어링으로 대체한 오늘날의 볼펜이 발명된 것이다.
그러나 볼펜제작은 비로가 생각한 것처럼 간단하지는 않았다. 볼펜의 성격에 맞는 잉크가 없어, 잉크가 유출돼 종이를 못 쓰게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화학자인 형제 게오르그에게 잉크를 끈적끈적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해 달라고 부탁하게 되었고, 그런 잉크는 1938년 개발되어 특허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2차 세계대전이 발발되자 아르헨티나로 망명하게 되었고, 망명지에서 추가 연구를 계속한 끝에 1943년에는 이에 대한 특허를 따냈고, 쉽게 써지면서도 잉크가 새지 않는 필기구인 볼펜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볼을 굴려가며 잉크를 볼에 묻히고, 이것을 종이에 굴려 옮겨 쓰는 필기구, 방향성(方向性)이 없어 어떤 방향으로든지 매끄럽게 써지는 볼펜이 개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