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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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피노키오가 되고 싶은 로봇 이야기

A.I.가 개봉한 2001년, 그때 나는 12살이었다. 개봉이 조금 지나고 비디오로 빌려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혼자서 보며 몰래 울었던 기억이 난다. A.I.에는 꼬마아이가 등장한다. 그는 11살이다. 데이빗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꼬마아이는 그때의 나와 같은 또래였다.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한 그의 무모한 몸부림과, 끝끝내 그런 그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 엄마의 잔인함 때문에 12살의 나는 그렇게 울었던 것 같다. 데이빗은 우리 가족 내에서 나의 입지에 대한 나 스스로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다.
그때는 데이빗이 로봇이라는 생각도 잘 들지 않았다. 갈색머리를 한 그의 귀여운 외모가 도무지 로봇이라고 믿기엔 힘들었다. 게다가 그의 연기를 보라! 어찌 그에게 감정이입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영화가 제기하는 인간 이기심의 문제점은 생각지 못하고 감정에 따라서만 봤던게 전부다. 물론, 주드 로라는 여자박사가 정확히 어떤 캐릭터인지도 모르고 영화를 봤지만 그것만으로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은 충분했다.

David is 11 years old. He weighs 60 pounds.
He is 4 feet, 6 inches tall. He has brown hair.
His love is real. But he is not.
데이빗은 11살이다. 그의 몸무게는 60파운드이다.
그의 키는 4피트 6인치다. 그의 머리는 갈색이다.
그의 사랑은 진짜다. 하지만 그는 가짜다.

영화의 포스터의 이 짧은 문장들로 영화의 주제를 말해준다. 만들어진 데이빗의 사랑은 진짜지만, 정작 사랑을 하는 데이빗 자체가 가짜라는 것이 이 영화의 전체 내용이자 주제이다. 우리가 이 영화를 아주 슬프고 감동적인 영화라고 하는 이유는 인간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주체가 ‘아직 세상도 모르는 어린아이’라서 더 슬프고 힘들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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