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자 제인 오스틴(1775-1817)
시대를 대표하는 리얼리스트. 당대의 인간과 사회를 깊이 있게 묘사해내다.
우물 속에서 세계를 보다
《오만과 편견》, 《지성과 감성》, 《에마》 등의 고전적인 소설들을 남긴 작가 제인 오스틴은 1775년 영국 햄프셔 지방의 작은 마을 스티벤튼에서 한 시골목사의 딸로 태어났다. 제인은 몇 군데 학교를 다녔지만 불과 11살 때까지 정식교육을 받았을 뿐이고, 바스나 초튼 등 다른 영국 남부지방의 마을에서 살기도 했지만 1817년 마흔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성장기 동안 거의 자기 고장을 벗어나지 않고 조용한 삶을 영위하였다. 그런 제인이 영국소설의 가장 대표적인 고전작가 가운데 하나로 우뚝 서게 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할 것이다. 20세기 초 영국의 평단을 지배하던 비평가 F.R. 리비스는 영국소설의 전통을 추적한 《위대한 전통》이라는 유명한 저서에서, “위대한 영국소설가는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헨리 제임스, 그리고 조셉 콘래드”라고 단정하며 글을 시작하였다. 리비스의 이같은 평가에도 드러난 것처럼, 제인 오스틴에서부터 영국소설의 위대한 전통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제인 오스틴은 1811년에서 1817년까지 모두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는데, 이 작품들은 당대의 인간과 사회를 현실적으로 묘사해내고 도덕적 성찰과 이해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이렇다 할 정식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인생 경험의 폭도 좁은 여성이 어떻게 그같은 위업을 이룰 수 있었을까 물론 오빠들 가운데는 옥스퍼드에 다닌 후 목사가 된 사람도 있지만, 제인은 집에서 독서를 통해 스스로를 길렀다. 당시 아버지의 서가에는 약 5백 권의 책이 있었다고 하는데, 제인은 이 당시 나온 장편소설들, 특히 사무엘 리차드슨이나 헨리 필딩 같은 18세기 소설가들의 작품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