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전반기를 규정한 한국전쟁의 영향을 간과하고서는 북한의 사회주의
혁명이 갖는 의미를 올바르게 재구성할 수 없다. 한국전쟁은 전쟁이 전개되는
과정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휴전 후 북한의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무엇보
다도 전쟁으로 인한 결과가 실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3년 동안 계속된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으며 유일하게 얻은 것
이라고는 '참혹한 폐허'와 '미제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 뿐이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전쟁의 물질적인 결과를 의미하는 참혹한 폐허는 자본주의 최강국인 미국의
대량폭격에 의해 1946년의 민주개혁의 성과 및 1947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추
진된 인민경제 복구발전의 성과를 원시적인 무의 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북한에
서는 모든 것이 파괴되었으며 남은 것이라고는 일상의 延命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극도의 빈곤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