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시작인 수정란에는 두 성에서 받은 유전자 정보가 들어 있다
수정은 아주 불가사의한 현상이다. 에너지 생산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와 고속 편모
모터를 장착한 유전자의 운반자인 정자 그리고 체내에서 가장 큰 세포인 난자가 합쳐
지면, 그 때까지의 분화 상태가 백지화되고 몸 안의 모든 세포의 원천이 된다. 이것이
바로 무엇이라도 될수 있는 전능(全能) 세포의 탄생이다.
수정란 안에서는 빽빽하게 꾸려져 있던 유전 정보의 짐이 풀리기 시작하고, 그 때까지
닫혀 있던 유전자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수정란 안에 있는 이른바 초기화 인자(初期化
因子)는 아직도 완전히 수수께끼이다. 클론(clone) 양의 실험에서도 알수 있듯이 일단
어느 것의 세포로 분화한 핵이라도, 이 초기화 인자의 작용으로 전능성(全能性)을 회복
하게 된다. 노화(老化)라는 관점에서 보면, 수정에 의하여 그종(種)으로서의 생명이
다시 젊어진다고 할 수도 있다. 모든 체세포는 개체의 노화와 더불어 노화되어 가지만
생식 세포는 수정에 의하여 되살아나는 것이다.
많은 하등 동물에서는 발생 초기부터 생식 세포가 되는 세포와 체세포가 되는 세포가
나눠져 있다. 그러나 포유류에서는 생식 세포의 계열이 착상 전의 배(胚)의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발생 과정에서 생식 세포가 되는 시원(始原) 세포가 배
안을 일정한 경로에 따라 이동하고, 최종적으로 정소(精巢)나 난소(卵巢)의 원기(原基)
에 도달하여 정자나 난자로 분화해 간다.
생식 세포가 체세포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감수 분열을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침으로써 그 때까지 아버지 쪽과 어머니 쪽에서 유래한 염색체를 가지고 있던
세포가, 염색체 재조합을 일으켜 하나의 염색체 세포(반수체)가 된다. 그래서 다시
수정으로 완전한 세트(2배체)를 회복하고, 다양한 유전자 조합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런데 포유류에서는 곤충 등에서 볼수 있는 것과 같은 처녀 생식(단위 생식)은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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