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의_상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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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_상대주의
비트겐슈타인의 상대주의1)*

노양진 (전남대․철학)**

1 머리말

비트겐슈타인(L. Wittgenstein)의 상대주의라는 주제는 그 출발부터 복합적인 논의를 예고한다. 먼저 ‘상대주의’의 이론적 본성을 드러내는 일이 쉽지 않다. 상대주의에 관한 논의는 지성사의 모퉁이마다 망령처럼 되살아나지만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상대주의라고 정형화하는 철학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말하자면 상대주의에 관한 대부분의 논의는 상대주의에 대한 비판자들의 입을 통해서만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비트겐슈타인이 자신의 저술을 통해 상대주의를 직접적인 논의 주제로 삼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비트겐슈타인의 저작들을 통해서 드러나는 철학적 태도를 상대주의라는 문제를 따라 다시 추적해야만 한다.
이러한 난점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후기의 비트겐슈타인이 언어게임이라는 개념을 통해 전기의 객관주의적 의미 이론을 거부하는 동시에 체계의 다원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상대주의적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을 단순히 상대주의로 규정할 수 없다는 데 논의의 복합성이 있다. 오늘날 상대주의 문제는 상대적 변이를 인정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믿음들에 대한 평가가 불가능한 허무주의를 허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중심으로 제기된다.1) 따라서 비트겐슈타인의 상대주의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 과연 이러한 우려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가 된다. 많은 비평가들은 오히려 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에서 드러나는 상대주의적 함의들을 사소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그 자체로 해소시키거나 또는 그것을 어떤 객관적 지반으로 흡수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 보이려는 것처럼 이러한 시도들은 상대주의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서도 부적절한 것일 뿐만 아니라 비트겐슈타인의 의도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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