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는 오늘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 5인방>의 리더인 발라키레프(1837-1910)의 권유로 이 곡을 쓰게 되었는데, 당시 국민음악 창조의 추진을 목적으로 결성된 <5인방>의 멤버는 발라키레프, 큐이, 무소르그스키, 림스키-코르사코프, 보로딘 등 쟁쟁한 젊은 작곡가들이었고, 차이코프스키는 그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발레키레프가 차이코스키에게 이 곡의 작곡을 권유했을때의 경위를 차이코프스키의 친구이며 또 그의 전기를 쓰기도 했던 카슈킨은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다.
발라키레프와 차이코프스키 그리고 나는 산책을 무척 좋아했다. 어느날 세 사람이 함께 산책하러 나갔을 때 발라키레프가 차이코프스키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의 작곡을 권유했다. 5월의 아름다운 어느날이었다. 우리가 산책하던 언덕의 그 초록빛 숲과 높다란 전나무들…. 발라키레프는 차이코프스키의 재능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암시하는 소재를 차이코프스키가 충분히 소화하여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발라키레프 자신도 이 테마에 크게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것이 마치 완성된 음악인 것처럼 면밀하고 정확하게 그 구성을 설명해 나갔다.……이것이 계기가 되어 젊은 차이코프스키의 환상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차이코프스키는 그해(1869년) 9월부터 11월 사이에 환상적인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를 완성하여 다음해 3월에 초연했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 데가 많아서 상당한 부분을 수정했고, 그후 11년이 지난 1881년에 다시 손질을 하여 오늘날 연주되고 있는 형태로 출판했다. 따라서 이 곡의 스코어는 1869년의 제1고, 1870년의 제2고, 그리고 1881년의 제3고 등 세 가지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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