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글을 열며
아마 한국 사람이라면 작금의 정치현실에 대해 긍정적인 눈길을 보내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이유 역시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지역 패권주의, 당의 비민주성, 금권선거,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투표율의 저하, 당리당략에 근거한 정치인들 간의 과열 내지는 소모적 정쟁, 책임성 없는 공약과 정책, 제도권 정당들의 지나친 보수성 등등....
이 중 제일 심각한 것으로 지역 패권적 투표 행태를 들수 있다. 이런 지역 할거주의는 위의 나머지 요소들을 부추기는 주 원인이라 해도 그리 틀린말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당 총수의 출신지역에 따라 각 지역 득표율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당내 소장파와 개혁 세력은 결코 고개를 들수 없다. 당의 주 이미지가 되는 총수의 당내 권력은 한층 강화되고 이러한 권력에서 나오는 총수의 압력과 발언권이 곧 낙하산 공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수직적 관계에서는 당내 어느 누구도, 어느 세력도 소신을 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 어느 지역에서 어느 당의 후보가 틀림 없이 당선 된다는 불문율은 정치적 무관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요소가 된다. 원래 선거는 유권자 스스로가 자신의 소신을 투표로서 표출할 때 비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극성스런 지역 패권주의는 이에 벗어난 유권자의 소신을 死票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나날히 선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더하여 현재 우리나라의 총체적 정치 행태의 부작용이 이러한 경향의 악순환을 가중 시킨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정당간의 정책 대결과 건설적 대안이 주가 되어야 할 정치는 지역간의 헤게모니 쟁탈을 위한 끊임없는 신경전과 政爭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내 총수의 카리스마가 완전히 구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당 밖으로 표출 되어야 할 신선한 정책 대결과 건설적 대안은 부재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 현실은 결국 극보수화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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