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러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1997년이었다. 한총련 소속 대학생 몇몇이 서울과 광주에서 프락치로 의심되는 청년을 취조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또한 굶어 죽기 직전에 어쩔 수 없이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건넌 탈북자들의 대부분이 '자신만 살려고 조국을 배반했다'는 죄책감을 느낀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였다. 그러나 몇 가지 이유로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얼마 전에 하이텔의 '한국사 동호회'에 들어갔다가 '한사동' 회원 중에도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상당히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두 번째 계기는 단행본 시리즈『인물과 사상』제8권에 실린 진중권의 <김일성과 박정희, 황장엽과 조갑제>를 읽은 것이다.
학생운동 내의 '자주대오 계열'이 지금은 세력이 약해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한총련 내에서 중요한 세력을 이루고 있다. 나는 한편으로는 이 이기적인 세태 속에서 민족을 위한 그들의 순수한 열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남한의 민주화와 우리 민족의 행로에 미치는 그들의 부정적인 영향에 계속 답답하고 마음아파 해 왔다. 아마도 그들의 다수는 우리 민족의 현대사를 새로 보고 나서 '시각 교정'이 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