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간통, 살인, 도적, 구걸, 징역, 이 세상의 모든 비극과 활극의 출원지인, 칠성문 밖 빈민굴로 오기 전까지는 복녀(福女)의 부처(夫妻)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제 2위에 드는 농민이었다. 복녀는 원래 가난은 하나마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 있게 자라난 쳐녀였었다.”
복녀는 가난하지만 정직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 예의 바르고 착하게 자라난다. 그러나 열다섯 살 되던 해에 돈에 팔려서 시집을 가게 되는데, 서방이 이십 년이나 위일 뿐만 아니라 게으르고 무능하였다. 그리하여 거지 행각과 허드렛일로 생계를 꾸려 나간다. 기자묘 솔밭에 송충이가 들끓자 평양부에서는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을 동원하게 된다. 복녀는 하루 삼십이 전 벌이의 송충이 잡이에 참여하는데, 우연히 감독에게 몸을 팔고 ‘일 안하고 공전(공돈) 많이 받는 인부’의 한 사람이 된다.
“복녀의 도덕관 내지 인생관은, 그 때부터 변하였다.
그는 아직껏 딴 사내와 관계를 한다는 것을 생각하여 본 일이 없었다. 그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요, 짐승의 하는 짓으로만 알고 있었다. 혹은 그런 일을 하면 탁 죽어지는지도 모를 일로 알았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어디 다시 있을까. 사람인 자기도 그런 일을 한 것을 보면, 그것은 결코 사람으로 못할 일이 아니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