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교보문고’ 라는 곳을 가보았다. 각 서고마다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혼잡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무리 말법이니, 혼탁한 시대니 해도 그것 역시 편파적인 일부분이 아닌가 싶다. 쪼그리고 앉아 책 넘기는 모습들, 메모지 꺼내서 열심히 메모 해나가는 모습들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사람들 틈에서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해도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이유는 굳이 설명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열광적인 각자들의 모습에 이제서야 발걸음을 내딛은 내가 웬지 부끄럽기도 했지만..
사전도 고르고, 영어 서적도 고르고, 이것저것 눈요기하면서 무심코 눈에 걸린 제목이 하나 있었다. 어찌 보면 거짓말 같고, 달리 보면 한번 쯤은 구경해보고 싶음 직한 책이 보인 것이다. 이런 얼렁뚱땅한 첫 이미지의 책이 바로 박정훈의 ‘잘 먹고 잘 사는 법’ 이었다.
방송 PD인 박정훈 작가는 10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세계 각지 전문분야의 유명인들과 나눈 인터뷰, 현장 방문, 과학적 실험 등을 통해 3부작 다큐멘터리를 완성하여 방영을 하였었다. 하지만 그 다큐멘터리에서 준비한 자료들의 겨우5%정도만을 편집, 수정하여 방송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아쉬움 속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지금 이 책인 것이다.
처음 작가의 이런 방송의도와 책을 만들게된 동기를 읽게 되었을 때, 그 처음부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소, 돼지들이 한 데 모여, 아니 모인다는 것보다는 묶여 감옥 속의 죄수들을 연상케 하는 흑백 사진들은 그 사진만으로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바로 가축들의 더 부드러운 고기를 우리 사람들이 먹기 위한 하나의 비극적인 작업이었던 것이다. 소들의 등심뿐만 아니라 꽃등심까지..... 단지 사람들의 입맛이라는 욕구충족을 위한 ‘비싼 부위 만들기’를 서슴없이 해나가는 목장이 70% 이상이라면 이건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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