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철기(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논문 [한반도 평화군축의 과제와 방향]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1. 군축을 가로막는 4대 도그머
군축을 논의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북 인식 및 군축문제와 관련해 우리 사회와 국민들사이에서 이미 고정 관념화 되어 버린 일종의 도그머들을 극복하는데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음 4개의 도그머들은 합리적인 인식과 객관적인 판단을 가로막는 역할을 해왔다. 북한붕괴론 도그머 북한의 군사적 우위론 도그머 대남무력적화통일론 도그머 주한미군 도그머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4개의 도그머는 결국 우리 사회에 군축유해론의 도그머를 만들어 놓았다. 군축이 북한의 군사적 우위를 고착화시켜 한국안보를 저해한다는 인식은 군축에 대한 소극적이고 기피적인 태도로 이어져 왔다.
1) 북한붕괴론 도그머
북한에 대한 봉쇄를 지속하면 북한체제가 붕괴되고 이는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로 이어진다는 단순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북한체제의 붕괴와 이에 따른 흡수통일론에 대한 환상은 과거 김영삼정권하에서 대북정책의 경직성을 가져오게 하고, 대북강경론으로 일관하게 한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북한이 겪고 있는 식량난을 비롯한 경제적 어려움은 북한 붕괴의 환상을 부추기는데 일조를 했다. 설사 북한체제가 붕괴하더라도 이것이 남한으로의 흡수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현실성이 없는 단순논리에 불과하다. 북한체제가 붕괴하는 경우에도, 흡수통일로 이어지기 보다는 내전이나 주변강대국들이 개입하는 국제전 형태로 발전하거나 또는 분단고착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점쳐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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