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과 특수성
우리의 고전 작품 중에 춘향전을 보면, 문예 미학적인 측면은 접어두고라도 오랜 세월동안 한국인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이 작품이 얼마나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가를 알 수 있다. 이 춘향전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어사출또’장면에 이르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환호를 보낸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이 장면을 그다지 좋은 시각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도령이 공직을 이용해서 사적인 원한을 갚는 것이나, 작중 인물들이 이러한 일을 모두 당연시 여기는 것들이 그들의 시각에서는 그다지 옳은 일이 아니라고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외국인과 다른 우리의 시각이 옳은가 그른가 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한국인에게는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특수성이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는 외국인으로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세계가 함께 이해할 수 있고 인정하는 보편성이 있는가 하면, 한국인에게만 이해되고 한국인에게만 인정되는 특수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보편성을 외면한 채 특수성 안에만 갇혀있거나, 특수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보편성만을 향해 달려나간다면 문제가 있는 일이다. 관건이 되는 것은 보편성과 특수성을 조화롭게 접목시키는 일이다. 이 접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우리자신을 세계에 이해시킬 수 있고 우리는 세계의 중심에 놓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세계의 중심에서 우리 자신의 비약적 발전과 번영을 꾀할 수 있다.
그러면 보편성과 특수성을 조화롭게 접목시키지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특수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이러한 이해가 선행되고, 그 바탕 위에서 접목의 방법론을 모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