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소비, 그 다양성만큼의 무의식
현대라는 이름으로 치장된 여러 현상 중에서 두드러진 하나가 소비행위의 전면적 대두이다. 그것은 자기표현의 욕구의 발로로서 비춰지기도 하지만 진지한 고민 없이 표피적 신념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견 복잡해 보이는 구조의 올바른 해부를 위해서는 소비의 집단별 나눔과 연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겠다.
유행이라는 마차를 굴리는 원동력으로서의 소비는 그 유행의 다양성과 단기성만큼이나 복잡하고 유형화된 각종 소비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이른바 X세대라고 불리는 세기말의 첨병들도 실상은 소비집단의 인위적 조작으로써 자본의 재창출이라는 소비사회의 이데올로기에 충실히 복종하는 ‘빅브라더’의 동생들에 불과한 것이다. 소비사회에서 집단은 끊임없이 인위적으로 창출되는만큼 빠른 소멸성을 내포한다. 어쩌면 이렇듯 생성·사멸을 거듭하는 소비집단에 대한 분석이 어떠한 진실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을 법도 하다.
본 조에서 조사한 20대 연애 커플의 소비에 관한 실태조사도 숨어있는 여러 Bias를 완전히 배제한 채 수행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지일관으로 조사에 근 한학기를 다 바쳐서 의욕을 불태울 수 있었던 것은 우리 행동들의 처음과 끝에 작은 대답의 주석을 달아주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왜 다른 무엇보다도 꽃을 꼭 사주어야 하는지, 왜 남자는 데이트 비용에 항상 민감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지 등등의 여러 의문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던 것이다. 기실 우리 조가 다룬 연애커플의 여러 이슈들은 조원 모두가 그것이 우리의 일상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고 믿었기에 보다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기보다는 누구나 품을 듯한 의문속에 감추어진 대답을 찾아내려 씨름하다가 거의 모든 정력을 낭비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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